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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회갈색빛 죽음의 강으로 - 한국일보 2005.03.24

영산강 회갈색빛 죽음의 강으로 
 
[한국일보 2005-03-24 16:31]    


‘남도의 젖줄’ 영산강이 죽어가고 있다. 한때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5급수로 전락했던 수질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하천 유지수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강 바닥에는 퇴적 오니만 쌓여가고 있어 배가 지나갈 ‘물길’을 찾기도 힘들 정도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수질개선 대책은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어 하천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썩어가는 죽음의 호수 영산호


23일 오전 전남도와 환경단체 관계자 등 60명이 수질탐사선을 타고 돌아본 영산호(전남 무안군 몽탄대교~영산강 하구언 선착장, 23㎞구간)는 ‘죽음의 호수’ 그 자체였다.

강 하류 인근 공장과 축산 농가에서 쏟아지는 생활하수나 축산폐수는 그대로 영산강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강 둔치에서 무단으로 농사를 짓는 풍경도 눈에 거슬렸다. 각종 영농행위로 발생하는 농약과 비료 등이 곧바로 강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산강 전체 고수부지 면적(610만평)의 95%가 농경지로 활용되고 있고, 이 곳에서 연간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을 높이는 물질 6만8,676㎏과 부유물질 15만9,246㎏이 강으로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강 하구언쪽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상류에서부터 흘러온 더러운 흙이 거대한 하구둑(길이 4,350㎙)에 가로막혀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해 강 바닥에 그대로 쌓이면서 물빛은 회갈색을 띄고 있었다. 현재 영산호 구간에 쌓인 퇴적 오니는 2,300만㎥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광주전남발전연구원 영산강연구센터 김종일 연구원은 “영산호 바닥에 쌓인 오니가 여름이면 높은 수온으로 인해 썩어 악취를 풍긴다”며 “이 폐수가 결국 하구언 배수갑문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 강과 바다 모두 수질이 악화하는 만큼 준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과학기술원 김준하 교수가 지난해 11월 영산강 수질을 1㎞구간 마다 측정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하류의 BOD는 8.6㎎/ℓ로 5급수에 머문 반면 상류는 4.16㎎/ℓ로 3급수를 유지했다. 수질대책이 상수원이 있는 하천의 상ㆍ중류에 치중하는 탓에 사각지대인 강 하구는 급속히 망가지고있는 셈이다. 2월말 현재 영산호의 BOD가 5.2㎎/ℓ로 다소 개선됐지만 언제 다시 악화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관련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어 이처럼 동강은 죽어가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 대책은 겉돌고 있다. 전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영산호 퇴적오니 준설사업은 공사비(2,460억원)가 막대한데다 사업 주체를 놓고 환경부와 농림부, 건설교통부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어 수질개선 의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생태계 다양성 확보를 위해 하구둑에 전용 어도(魚道)를 새로 설치하는 방안도 하구둑을 훼손하지 않고 조성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과 재정적 부담이 커 중ㆍ장기 대책으로 미뤄둔 상태다. 하천 유지용수 확보를 위해 갈수기(12~2월) 때 주암댐 물 1,400만톤을 끌어들이는데 드는 비용도 연간 최소 31억원이 소요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산강살리기운동본부 관계자는 “영산강은 농업용수로 쓰인다는 이유로 정부가 대책마련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원이 있어야 하는데 재정자립도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전남도에만 그 책임을 지울 경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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