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3일 오후 몇몇 언론사에 ‘새만금호는 제2의 영산호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가 팩스로 들어왔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만들어질 새만금호가 영산강 하굿둑으로 만들어진 영산호와 같은 죽음의 호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의 이 보도자료를 낸 사람은 김준하(35·사진)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과 교수다.

정부출연 교육연구기관 소속 소장학자로서 논평을 요구받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튀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자료배포에 나선 이유는 뭘까? 김 교수는 “농림부가 새만금 방조제 건설로 만들어질 새만금호와 같은 구조라고 소개하는 영산호를 1년반 동안 연구해 오면서 영산호의 오염이 농림부 쪽 발표와 달리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새만금호에서도 영산호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보도자료에서 김 교수는 “영산호의 수질에 대한 농림부 쪽 측정 결과(3~4급수)는 과학기술원 조사결과(5급수~등급외)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를 “정부 쪽 수질측정지점이 모두 수질이 가장 양호한 지점이고, 그렇게 3곳에서 측정한 수질을 평균하는 통계적으로 왜곡된 방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즉각 “새만금의 만경강·동진강 수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검증할 필요가 있음을 제기한 것”이라고 논평을 냈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추진하는 농림부로부터 자칫 ‘환경단체와 같은 편’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주장이다.

그는 “다만 외국에서 귀국한 지 1년반밖에 안 되고 새만금호를 직접 연구대상으로 삼지 못해, 문제제기가 너무 뒤늦은 듯한 점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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